# 공간복지
공급자의 시대에서 사용자의 시대로 전환되면서 주거환경에 대한 요구사항은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공급자의 시대에는 거주공간의 면적, 채광과 조망, 방의 개수, 발코니의 크기 등이 아파트의 가격을 책정하는 척도였다면 사용자의 시대에는 이보다 더 다양한 가치 수단들 (넓은 커뮤니티 공간과 조경공간, 효율적 주차공간 등)이 등장하며 세대별, 지역별로 그 수단은 변화된다. 분양아파트의 경우 주거환경의 가치가 점점 상승하고 있지만 임대아파트의 상황은 어떠한가. 임대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자생적 가치 창출의 의지는 줄어들며 공급자의 자본상황에 의존하게 된다.
본 프로젝트의 대상지인 가양8단지 임대아파트 관리동 역시 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되고 있는 이미 공급되어진 임대아파트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공간복지라는 개념이 탄생하였다. 이는 단지 내 방치된 실내외 유휴공간을 발견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을 통해 단지의 거주환경을 개선하려는 의지이다. 작은 공간이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희망적 의지이기도 하다.
 
# 잠재공간
가양8단지 임대아파트는 준공 후 30년이 지난 노후 단지이며 1,110 세대가 거주하고 있지만 커뮤니티 시설은 관리동 건물이 유일하다. 지하1층 지상 2층의 규모이며 지하에는 기계전기실, 지상1층에는 경로당과 관리사무소, 지상 2층에는 3년 전부터 폐업한 독서실이 그대로 방치된 상황이었다. 발주처인 SH서울주택공사는 우리에게 2층 독서실 공간을 작은 도서관으로 변경하고 리모델링에 따른 구조보강 및 외관 개선을 요청하였다.
설계에 앞서 우리는 주민들을 만나보았고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관리비에 반영되지 않도록 아무것도 안했으면 좋겠다.’
우리 단지는 저소득층이 사는 동네라 이런 공간은 어울리지 않는다
최신 운동시설을 갖춘 헬스장이나 만들어 달라등등
그 목소리에는 낮은 거주환경보다도 단지에 대한 애착과 자존감이 더 낮게 들려온다.
우리는 흔하고 흔한 커뮤니티시설이 아닌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이런 건물이 우리 아파트에 있다고 사진에 담아 자랑하고 싶은 건축물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분들의 잠재의식 속에 자신이 살고 있는 단지의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헬스장을 만들어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사항도 수용해 주면서...
 
# 8개의 돛을 가진 종이배
여행을 주제로 한 도서관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도서관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기 전 목적지에 대해 미리 정보를 얻고 동행자와 대화를 통해 구체적인 일정을 준비하기 위해 도서관에 방문한다.
낮선 도시로 떠나기 전 이 도서관을 방문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여행의 시작이다.
넓은 바다를 건너기 전에 작은 연못 위에 종이배를 띄우는 행위가 여행도서관을 방문하는 것이라 연상되어 종이배와 범선의 돛을 디자인 모티브로 삼아 지금의 디자인을 계획하였다.
또한 구조와 형태, 재료 선정에 있어 감성적이고 지속가능한 요소들을 적용하려 하였으며, 실내외 공간이 통일성있는 디자인 컨셉으로 구축될 수 있도록 고민하였다.
All Photograph by Yousub Song / Studio WORLDERFU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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